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1989년 1,000포인트 돌파 이후 2,000까지 18년, 3,000까지 13년이 걸렸던 것과 달리, 4,000에서 5,000까지는 불과 한 분기 만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한국 증시가 압축 성장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급등세 이면에는 대장주 쏠림 현상과 밸류에이션 부담이라는 구조적 취약점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대장주 쏠림 현상과 착시 효과의 위험성
코스피 5,000 달성의 이면에는 반도체, 2차 전지 등 특정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코스피를 이끄는 삼강 종목들의 실적 호조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지만, 이는 동시에 시장 전체의 건강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박시동 경제 평론가가 지적한 것처럼 현재 코스피는 풍부한 유동성 장세,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 정책 모멘텀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상승했습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의 지분 가치가 30조 원을 넘어서며 세 배 증가한 사실은 시장 친화적 경영이 대주주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 주도형 대기업들은 내수 정책보다 글로벌 거시 환경에 절대적으로 종속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주도주의 밸류에이션이 이미 호재를 과도하게 선반영(Priced-in)했다는 점입니다. 업황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에 직면하거나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대장주를 가장 먼저 매도하여 자금을 회수하는 ATM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도주 쏠림이 심할수록 하락장의 골은 깊어집니다. 특정 종목의 수급에만 기댄 외발 자전거식 상승은 작은 대외 충격에도 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이어가는 동안 외국인은 매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 간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수급 불균형이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자사주 의무 소각과 3차 상법 개정의 핵심 쟁점
코스피 5,000 시대를 안착시키고 6,000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핵심 과제로 3차 상법 개정안, 특히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으로, 기존 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법 시행 이후 추가 자사주 보유는 주주총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의 본질은 주주 환원 대책입니다. 배당 이익으로 돌아가야 할 주주들의 몫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된 후 소각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은, 결국 주주들의 이익이 한 곳에 쌓여 있기만 하고 시장으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현재 상장 주식 총수의 약 1%가 소각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곧 1% 수익률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입니다.
그러나 재계는 경영권 보호 수단 상실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사주가 회사에 있을 때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 지분에게 넘길 경우 의결권이 살아나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시동 평론가는 이러한 재계의 주장이 순환 논리에 빠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주주들의 이익을 대주주가 사적으로 차용해 경영권 보호에 썼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인데, 그것 때문에 막아달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일부 재계 요구는 합리성이 있다고 평가됩니다. M&A나 합병 과정에서 주주 배당익이 아닌 경로로 생긴 자사주까지 의무 소각을 강제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며, 주주총회 결의를 매년 받는 것보다 사정 변경이 없을 경우 3년에 한 번씩 받도록 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입니다. 이미 삼성전자, 현대차, 셀트리온, HMM, 메리츠, KB 등 상위 기업들은 2025년 개혁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자사주 소각을 선제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시장 개혁은 이미 상식으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지속 가능성 점검
코스피 5,000 시대가 지속 가능하려면 밸류에이션 부담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현재 주가 상승을 이끈 세 가지 요소인 유동성, 실적, 정책 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유동성 장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유동성과 미국발 외국인 자금 흐름에 문제가 없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환율이 1,400원 전후로 하락할 수 있다는 발언은 사실상 최고위급 구두 개입 효과를 냈습니다. 실제로 발언 이후 환율이 10원 하락했고, 1,470원 아래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퇴직연금 기금화가 정책적으로 긍정 검토되면서 추가 수급 개선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둘째,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의 실적 호조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코스피 주도주들의 실적 전망에 특별한 문제는 없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및 전력 문제 해결 방침도 발표되었습니다. 삼성과 SK의 1천조 원 이상 투자가 예정된 용인 클러스터는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이 될 것입니다.
셋째, 정책 모멘텀은 5대 성장 패러다임(지방 주도, 모두의 성장, 안전 기반, 문화 주도, 평화 기반)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및 벤처 생태계 부활, K-컬처 산업 확대(9조 6천억 원 규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평화·지배구조·시장·정치 리스크 완화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호재들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4,000에서 5,000까지 한 분기 만에 도달한 급등세는 기술적 조정과 변동성 증가를 불가피하게 만듭니다. 박시동 평론가가 강조한 것처럼 5,000은 이미 과거이며, 이제는 5,000 시대를 얼마나 짧게 유지하고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면서 6,000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가 과제입니다. 특정 대장주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조에서는 외부 충격 시 급격한 조정이 발생할 위험이 상존합니다.
코스피 5,000 시대는 분명 역사적 성과입니다. 하지만 대장주 쏠림이라는 착시 효과를 경계하고, 자사주 의무 소각을 통한 주주 환원 강화, 밸류에이션의 합리적 재평가가 동반되어야만 진정한 안착과 지속 성장이 가능합니다. 시장 개혁이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5000피 시대의 수익전략, 상법개정 후 수혜주는?" / 박시동 경제평론가: https://www.youtube.com/watch?v=oglSlGUWP3A